확장하고 싶은 마음, 왜 위험한가
미디어를 운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욕심이 생긴다. '유튜브도 해야 하나?' '뉴스레터도 따로 만들면 어떨까?' '세컨드 채널을 열어볼까?' 이 욕심 자체는 나쁘지 않다. 문제는 타이밍이다. 너무 일찍 두 번째 채널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. 첫 번째 채널도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. 콘텐츠 품질도 떨어진다. 독자가 이탈하기 시작한다. 결국 둘 다 잡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.
확장은 성장의 신호가 아니다. 준비된 확장만이 성장으로 이어진다.
지역·세그먼트 미디어 확장 전략
#1. 두 번째 채널 확장 타이밍 ← 현재글
#2. ‘지역’ 미디어의 가치와 수익 가능성(예정)
#3. 산업별·세그먼트별 버티컬 확장 전략(예정)
#4. 협업·제휴·합병을 통한 미디어 성장(예정)
#5. 해외 확장(아시아권 니치 미디어) 사례(예정)
#6. 다채널 퍼블리싱 구조 설계(예정)
#7. ‘미디어 그룹’으로 진화한 팀들의 공통점(예정)
확장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3가지 조건
두 번째 채널을 만들기 전에 현재 채널을 점검해야 한다. 세 가지를 확인한다.
첫째, 수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는가. 월 고정 수익이 있는지 봐야 한다. 광고 수입이든, 구독 수입이든, 협찬이든 상관없다.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돈보다 많아야 한다. 아직 수익이 불안정하다면 확장은 이르다.
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신문사의 66.9%가 연 매출 1억 원 미만의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. 대부분의 소규모 미디어가 수익화조차 안 된 상태에서 확장을 시도하다 실패한다. 수익 안정이 확장의 전제 조건이다.
둘째, 콘텐츠 생산이 루틴화되어 있는가. 매주 정해진 날에 글이 나오고 있는가. 특별히 힘들지 않게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는가. 아직도 발행이 버겁다면 두 번째 채널은 짐이 된다.
셋째, 독자가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는가. 독자들이 '다른 채널은 없나요?', '영상으로도 보고 싶어요', '이 주제를 더 깊이 다뤄주세요'라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면 확장의 신호다. 수요가 먼저 생겨야 공급을 늘리는 게 맞다.
뉴닉이 확장한 방식
뉴닉은 2018년 뉴스레터 하나로 시작했다. MZ세대를 위해 쉽게 풀어쓴 시사 뉴스레터였다. 독자는 빠르게 늘었다.
뉴닉이 두 번째 채널을 만든 건 구독자가 이미 충분히 쌓인 뒤였다. 뉴스레터 구독자 63만 명, 앱 포함 110만 명을 확보한 이후에야 뉴닉은 플랫폼 확장을 본격화했다. 2024년 6월에는 퍼블리 멤버십 사업부를 인수하며 유료 지식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했다.
이 순서가 중요하다. 뉴닉은 충분한 독자 기반을 먼저 쌓고 그 독자들이 더 원하는 것을 파악한 뒤 확장했다. 뉴닉의 김소연 대표는 '퍼블리를 인수하면서 뉴닉 유저들이 퍼블리의 유료 구독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이미 시작됐다'며 두 플랫폼 간의 시너지에 기대감을 밝혔다. 먼저 수요를 확인한 다음 채널을 만든 것이다.
디펙터(Defector)가 팟캐스트를 추가한 시점
미국의 독립 스포츠 미디어 디펙터(Defector)도 비슷하다. 디펙터는 2020년 구독 기반 스포츠·문화 웹사이트로 시작했다.
창업 첫 해, 디펙터는 3만 4,000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다. 안정적인 구독 수익이 생긴 이후인 2022년 1월에야 팟캐스트 노멀 가십(Normal Gossip)을 시작했다. 채널이 안정된 다음에 새 포맷을 추가한 것이다.
2023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트 전체 구독의 약 10%가 노멀 가십 팟캐스트 청취자로부터 들어왔다. 두 번째 채널이 첫 번째 채널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 것이다.
두 번째 채널, 어떤 형태가 맞는가
두 번째 채널을 만들기로 결정했다면 방향을 정해야 한다. 크게 세 가지 방향이 있다.
버티컬 분화: 기존 주제의 하위 카테고리를 독립 채널로 분리하는 방법이다. '비즈니스 일반 미디어'를 운영하다가 '스타트업 전문 채널'을 따로 만드는 식이다. 기존 독자 중 관심이 깊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이동시킬 수 있다.
포맷 전환: 텍스트 기반 미디어가 뉴스레터나 팟캐스트를 추가하는 방식이다. 기존 콘텐츠를 다른 형식으로 변환하기 때문에 제작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.
지역 확장: 특정 지역을 다루던 미디어가 인접 지역이나 전국 단위로 넓히는 방식이다.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25년 언론산업의 주요 트렌드로 'AI 기반 지역 밀착형 저널리즘'을 꼽았다. AI를 활용해 교통, 날씨, 지역경제 등 실생활 밀접 뉴스를 자동화하고 지역 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방식이다. 이렇듯 지역 미디어의 확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.
확장 체크리스트
막연하게 '이제 확장할 때가 된 것 같다'는 느낌만으로는 부족하다. 아래 항목 중 5개 이상 해당하면 확장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볼 시점이다.
□ 월 고정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.
□ 콘텐츠 발행 주기가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.
□ 독자에게 '더 원한다'는 반응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.
□ 운영자 본인이 현재 채널에 투입하는 시간 외에 여유가 있다.
□ 두 번째 채널을 위한 초기 콘텐츠 3개월 치를 미리 만들 수 있다.
□ 두 번째 채널의 타깃 독자가 기존 독자와 겹치거나 연결된다.
만약 2개 이상 '아니요'라면 확장보다 현재 채널을 다지는 게 먼저다.
확장할 때 주의 사항
많은 운영자가 두 번째 채널을 만들 때 주의할 것이 있다.
첫 번째는 콘텐츠 이중화다. 기존 채널과 내용이 거의 같은 채널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. 독자 입장에서는 왜 둘 다 봐야 하는지 이유가 없다. 두 번째 채널은 기존과 분명히 달라야 한다. 포맷이 다르거나 깊이가 다르거나 독자층이 달라야 한다.
두 번째 실수는 운영 분산이다. 두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다 보면 두 곳 모두 발행 주기가 불규칙해진다. 독자는 믿을 수 없는 미디어를 떠난다. 두 번째 채널을 시작하기 전에 첫 번째 채널의 운영을 자동화하거나 위임하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.
타이밍은 '준비됐을 때'다
확장의 타이밍은 숫자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. '구독자 몇 명이 되면'도 아니다. 확장은 현재 채널이 혼자 굴러갈 수 있을 때, 수익이 안정됐을 때 그리고 독자가 더 많은 걸 원할 때다.
2025년 언론산업 전망에서 뉴스와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결합한 번들링 전략이 새로운 수익원 창출의 방법으로 부상하고 있다. 두 번째 채널은 바로 이 번들링의 시작점이다. 준비된 미디어에게 두 번째 채널은 성장의 발판이 된다. 반대로 준비 안 된 미디어는 무너지는 시작점이 된다.
다음 화에서는 '지역 미디어의 가치와 수익 가능성'을 다룬다. 지역이라는 좁은 범위가 오히려 강력한 경쟁력이 되는 이유를 살펴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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